마지막 잎새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이 얽혀있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의 골목길에 들어서면 누구든 쉽게 빠져 나오지 못했지요.

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수와 존시는 허름한 3층 벽돌건물 다락에 이사를 왔습니다.
두 소녀는 처음 만난 싸구려 식당에서 서로 취향이 같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고,
같이 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11월, 폐렴이라는 무서운 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불쌍한 존시가 그 몹쓸 폐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존시는 침대에 누워 힘겹게 폐렴과 싸웠어요.
그리고 이따금씩 창 너머로 이웃집 벽돌 담벼락을 유심히 보곤 했습니다. 

       ....................

의사 선생님이 가고 난 후,
수는 화실로 들어가서 휴지가 흠뻑 젖을 정도로 울었어요.

하지만 존시를 위해 화판을 겨드랑이에 끼고 일부러 휘파람을 불면서
밝은 표정으로 존시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존시는 창 쪽을 향해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 때,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는 얼른 일어나서 침대쪽으로 갔습니다.
존시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어요.
그리고 창 밖을 내다보며 열심히 무언가를 세고 있었습니다.

"열둘"
존시가 조금 더 있다가 또 말을 이었습니다.
"열하나"
존시는 숫자를 거꾸로 세고 있었습니다.
"열"
"아홉"
"여덟..."

수는 이상해서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도대체 존시가 지금 세고 있는 게 뭘까?

"존시, 지금 뭘 세는 거니?"
수가 존시에게 물었습니다.

"여섯"
존시는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 있어. 사흘 전에는 100개나 더 있어서 다 세려면 머리가 아팠는데.
하지만 이제는 훨씬 쉬워졌어.
아, 또 하나 떨어지네. 이젠 다섯개 밖에 안 남았네."

"뭐가 다섯이란 말이야? 내게도 좀 가르쳐줘"

"저 잎 말이야. 저 담쟁이덩굴에 붙은 잎새.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드디어 나도 죽는거야.
예전부터 난 쭉 알고 있었어.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지?
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이제 그걸 기다리는 것도 지쳤어.
내가 그동안 매달려왔던 것에서 손을 떼고 싶어
그리고 어딘지 모르지만 사라지고 싶어. 저 처량한 잎새처럼 말이야...."

그리고는 비바람이 몹시 부는 밤을 지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존시는 생기없는 눈을 크게 뜨고 초록색 커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커튼을 올려줘. 밖을 보고 싶어!"

존시가 마치 속삭이듯 부탁했습니다.

수는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벽돌로 된 담벼락에는 담쟁이 잎 하나가 아직도 매달려 있었습니다.
기나긴 밤 사이에 비바람이 그렇게 거세게 휘몰아 쳤는데도 말이에요.

그것은....
덩굴에 달린 마지막 잎새였습니다.

병이 깊어지는 하루하루,
담쟁이덩굴 잎새가 밤 새 몇개나 더 떨어졌는지
세어보기위해 커튼을 열어보는 불안한 마음....

차라리 마지막 잎새까지 다 떨어져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체념 섞인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잎새가 매달려있기를 바라는 애절하고 처연한 마음...
비록 정말로 나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담벼락에 그려진 허상에 불과한 것이더라도...

가끔씩 이런 마음들을 들켜버려서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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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yang01 | 2008/06/13 09:19 | 그리고 추억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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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연 at 2008/06/13 17:52
이곳은 정말 어려워..
방명록이 없다고 헀던 거 같은데...
오늘도 계속 방명록을 찾아 헤맸어 -_-
어디에다 글을 남겨야 하나 한참 헤맨 끝에..
가장 최근 글에 남기면.. 자네가 빨리 보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에 글 남겨.. ^^

잘 지내고 있는거야..??
저번에 연휴때 봤어야 하는건데..
그때 못 봤더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 -_-

나는 요즘 방학특강 준비로 바빠 ㅠ.ㅠ
7월엔 토요일엔 무려 3번 출근이고.....
시간 내서 봐야할텐데...
다들 일을 하다보니 시간 낸다는게 쉽지도 않네...
작은 바램이 있다면...
8월이 오기 전에 우리 패밀리들 만나고 싶고...
8월 광복절 연휴엔...
너희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이뤄질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보고싶다.. 함양~
자네와 함께면 늘 마음이 편안한게..너무 좋은거 있찌?
이런 내 맘 알려나 몰라....후후후 ^^
Commented by hamyang01 at 2008/06/13 18:16
부디 그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8월 연휴에 다같이 여행가기....
(그때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면....)


정신없이 바쁜 모양인데 건강 잘 챙기구...사랑해~ ^^
Commented at 2008/06/16 10: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amyang01 at 2008/06/16 10:52
당신 말대로 충전이 좀 필요한가봐...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아프네....

no불안~ 다시 힘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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